홈으로_ 건강정보_ 건강칼럼
'환자 중심'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 "의료진의 진심 어린 참여 필요" [인터뷰]
장애로 인해 보다 정밀한 건강관리가 필요한 사람들에겐 병원 문턱조차 넘기 어려운 일이 많다. 특히 중증 장애인의 경우, 거동의 불편함과 이동수단의 제약, 진료 과정의 어려움이 겹쳐 기본적인 건강관리조차 놓치기 쉽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2018년부터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이 스스로 의료기관과 주치의를 선택하고, 만성질환 관리부터 장애 관리까지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받는 제도다. 장애인들에게 지속적이고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높이기 위한 움직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낮은 의료진 참여율, 제도 인식 부족 등의 과제가 남아 있다.
내과 전문의 김지호 원장(한빛내과)은 "의료는 결국 사람의 일"이라며 "진정한 환자 중심의 의료를 실현하기 위해선 제도를 넘어 의료진의 진심 어린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애인 건강주치의 사업의 의미와 필요성, 실제 진료 현장에서 느낀 변화를 전했다.
q1. '장애인 건강주치의 사업'은 어떤 사업인가요?
'장애인 건강주치의 사업'은 장애인이 스스로 의료기관을 선택해 주치의를 지정하고, 만성질환부터 주장애 관리까지 전반적인 건강을 포괄적이고 지속적으로 관리받을 수 있도록 돕는 제도입니다.
단순히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는 방식이 아니라, 주치의가 환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1년 단위로 필요한 서비스를 설계하고, 경우에 따라 가정 방문까지 진행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중증 장애인의 경우 연 24회, 경증 장애인의 경우 연 4회까지 방문 진료가 제공됩니다.
q2. 이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환자가 얻는 혜택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지속적인 관리'와 '환자 맞춤형 진료'입니다. 일회성 진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치의가 1년 단위의 건강관리 계획을 세우고 정기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매월 1회의 환자 관리, 연 최대 8회의 교육 상담, 중증 기준 연 최대 24회, 경증 기준 연 최대 4회의 방문 진료가 제공됩니다.
또한, 장애 유형이나 중증도에 따라 맞춤형 진료 프로그램이 운영됩니다. 심하지 않은 경증 장애인의 경우 '일반건강관리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고, 지체·뇌병변 등 주요 장애에 대한 관리는 '주장애관리 프로그램', 두 가지를 통합한 '통합관리 프로그램'도 선택 가능합니다.
의료비 부담도 낮습니다. 참여 환자의 본인부담률은 10%이고, 차상위계층이나 의료급여 수급자의 경우 전액이 면제되어 양질의 서비스를 비용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q3. 사업에 참여하고 싶은 환자는 어떻게 신청하면 되나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장애인 건강주치의 등록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하는 것입니다. 사업에 참여 중인 의료기관에 내원하시면 신청이 가능합니다. 신청 시에는 장애 유형과 등급에 따라 일반건강관리, 주장애관리, 통합관리 중 하나로 등록되며, 이후 환자의 건강 상태와 생활 환경에 맞춘 맞춤형 관리가 시작됩니다.
주변의 등록 의료기관을 확인하고 싶으신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https://www.nhis.or.kr) 내 [건강모아 → 검진기관/병원찾기 → 병(의)원 정보 → 특성별 기관찾기 → 장애인 건강주치의 의료기관 찾기] 메뉴를 이용하시면 손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q4. '장애인 건강주치의 사업'에 참여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기존 의료 시스템은 '병원 중심' 구조였습니다. 환자가 병원을 직접 찾아와야만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고, 이는 특히 거동이 불편하거나 진료 예약조차 어려운 장애인 환자들에게 큰 장벽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질환이 조기에 발견되지 못해 건강이 악화되거나, 응급 상황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습니다.
장애인 건강주치의 사업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라고 생각했습니다. 단순한 진료에 그치지 않고, 일반적인 건강관리와 만성질환 관리, 장애 관련 건강 상태까지 주치의가 함께 돌볼 수 있게 되는 구조입니다. 진정한 의미의 '환자 중심' 의료라 생각했고, 그 취지에 공감해 사업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현재는 매주 목요일마다 방문 진료에 나서고 있습니다.
q5. 실제 사업 시행 전과 후, 어떤 변화가 느껴지셨나요?
무엇보다 환자를 대하는 환경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진료실에서만 환자를 뵙고 상담했지만, 이제는 거동이 불편한 경·중증 장애 환자들을 직접 찾아가 진료하면서 신체적·정신적 건강 상태를 생활 환경 속에서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의사로서 책임감도 더 커졌고, 환자에게 더 포괄적이고 실제적인 진료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환자분들 역시 변화가 느껴집니다. "이제는 내 주치의가 생겼다"는 인식 아래, 스스로 건강을 챙기려는 의지가 눈에 띄게 높아졌습니다. 저는 이런 변화야말로 이 제도가 갖는 가장 큰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q6. 제도적으로 잘 마련되어 있지만, 아직도 한계점이 존재하진 않나요?
가장 큰 문제는 의료진 참여율이 낮다는 점입니다. 현재 전국적으로 517개 기관이 등록되어 있지만, 실제로 활발히 활동 중인 주치의 수는 매우 적습니다. 특히 그중 절반 이상이 수도권(서울·경기)에 집중되어 있어 지역 간 불균형도 큽니다.
예를 들어, 제가 진료하고 있는 부산의 경우 전 지역에 32개 기관이 등록돼 있지만, 부산 동구에서는 저희 병원이 유일하게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일부 환자분들은 '주치의' 개념에 익숙하지 않아 여전히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며 진료를 보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시기도 합니다.
이 제도가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참여 확대뿐 아니라,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인식 개선과 적극적인 홍보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7.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의료는 결국 사람이 중심이 되는 일입니다. 제도가 아무리 잘 갖춰져 있어도 누가 진심으로 참여하고, 움직이느냐에 따라 그 성패가 갈린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제도가 단순한 시범사업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기반 제도로 자리잡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